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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ing

바닐라 익스트랙 만들기

작년 봄의 일이었다. 

앱솔루트 오리지날을 한 병 구매했는데 신랑도 안 마시고, 나도 보드카를 마셔본 적이 없으니 익숙하지 않아서,

검색을 해 보니 바닐라 익스트랙을 만들 수가 있더라.

그래서 집에 있는 바닐라 빈을 망설임 없이 병에 넣고 기분이 좋아 사진을 찍었더니

신랑이 경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비싼 앱솔루트를 사서 바닐라 액을 담근다며...ㅎㅎ

베이킹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보니, 바닐라 익스트랙이 얼마나 비싼 베이킹 재료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시댁에까지 보드카 사연을 이야기했고, 시댁 식구들 모두 놀라워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뭐,, 물론 그럴 수도 있지 ㅎㅎ

하지만 난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바닐라 빈 사 두었던 걸로 내내 바닐라 시럽만 만들어 쓰던 나인데 더 이상 직구로 바닐라 액을 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이득인가?

여태 직구로 조금이라도 저렴한 바닐라 액을 찾아 행사 때마다 사서 쟁이기 바빴던 예전의 나.

이제 정말 그럴 이유가 없어져서 너무 행복하다. 

인스타의 힘이랄까?

본인의 레시피를 공유해주신 미국의 유명 요리사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담근지 9개월여만에 오픈을 해서 3개월가량 사용을 했다.

덕분에 우리 남편의 크레이프 팬케익을 원없이 만들었다. 

이건 바닐라 익스트랙을 다 먹고 건진 바닐라 빈~

엄청나게 불었다. 

아직도 향이 그윽하게 난다. 

어떻게 이걸 버려? 다시 써? 

인터넷에 찾아보아도 마땅한 정보가 없어 도전 정신으로 그냥 새 보드카에 다시 넣기로 결정했다. 

 

빈 병에 오래두면 안 될 것 같아 어제 코스트코에 가서 부랴부랴 커클랜드 보드카 1.75L짜리 한 병 구매했다.

가격은 2만원이 채 되지 않아 가성비 갑이다. 

바닐라 빈을 만들려면 40%이상의 알코올이 함유된 보드카로 해야하는데, 

앱솔루트는 너무 비싸고 저렴한 것으로 담궈도 문제 없을 것 같다.

가운데가 다 먹은 앱솔루트.

오른쪽이 22년 5월말에 담근 바닐라액

왼쪽 보드카가 어제 구매한 보드카.

새로 오픈하게 된 바닐라액도 아직 보드카 향은 남아있지만 그 안에 바닐라 향도 아주 잘 풍겨온다.

베이킹하면서 알코올성분은 다 날라가니 지금 사용해도 전혀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새 보드카에 재사용 바닐라 빈을 넣어주고, 설탕에 꽂아 두었던 바닐라 빈을 꺼내 묻은 설탕을 털어 주고 함께 넣었다.

100ml당 1개의 바닐라 빈이 보통 사용되니까 나는 17개~18개의 바닐라 빈이 필요한 상황.

물론 앱솔루트거에 15개나 넣어서 풍미도 아주 좋고 잘 숙성되었지만 추가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향이 잘 안나고 우러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ㅎ

최소 6개월 숙성을 시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간간히 흔들어 주면서 잘 숙성 시키기만 하면 올 가을부터 사용이 가능!

바닐라 빈을 채워주면서 넘칠 수가 있기 때문에 공병에 보드카를 조금 덜어주고 바닐라 빈을 넣어준다.

지난 번에 담글 때도 별도로 남았던 보드카가 있어 추가적으로 바닐라 빈을 구매해 병에다가도 넣어주어야겠다.

그럼 난 바닐라익스트랙 부자가 되겠군 ㅎㅎ

이거 하나만으로도 쿠키, 케익, 팬케익 만들 때 정말 마음이 든든하고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베이커들은 이 마음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햇빛이 들면 안되기 때문에 호일이나 신문지로 감싸주는데, 

호일은 중간에 잘 찢어지기도 해서 신문지로 돌돌말아 감싸주었다. 

그리고 헷갈리지 않기 위해 날짜를 표기해 두었다.

그냥 까먹고 있다가 바닐라 액 다 썼을 때 언제 담갔나 확인하면 된다 ㅎ

정말 이 큰 바닐라 액을 언제 다쓰지 하겠지만 생각보다 소비는 금방되기 때문에 걱정 노노!

 

재사용된 바닐라 빈으로 만든 익스트랙이 성공할지 여부는 6개월 지난 뒤에 확인이 가능하니,

그 때 다시 후기를 남기기로 하겠다.

나머지 보드카 사용하려면 부지런히 바닐라 빈 검색해서 구매하러 가야지~